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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유 [생명력 전개]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1-11 19:40 )

열흘간 뭘 할 수 있겠어요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칫솔을 내준 주인과 여름을 보냈다. 비가 오려나봐요 그러면 얼른 뛰어가 빨래를 걷어 오고 오늘은 해가 나려나봐요 그러면 빨래를 내다 널면서 하루종일 비가 오던 날에는 우산을 쓰고 마을을 걸어다녔다. 어디... Tag:

임철우 [돌담에 속삭이는]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1-01 19:30 )

당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우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우리는 그저 혼란한 생각과 공허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허황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설사 존재한다고 치더라도 안개, 수증기, 아지랑이 따위처럼 아주 미미하고 하찮고 있으나 ... Tag: 밑줄만

허영선 [해녀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0-22 19:07 )

죄명은 소요랍니다 기어코 이름 불지 않았습니다 문패 없는 바다에서 무자맥질한 죄 한목숨 바다에 걸고 산 죄는 있습니다만, 또하나 죄라면 전복 해초 바다 물건 제값 달란 죄 악덕 상인 파면하란 죄 바다는 우리 밭, 호미 들고 빗창 든 죄 돌담 위로 난바... Tag:

한연희 [희귀종 눈물귀신버섯]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0-24 19:36 )

딸기가 점점 썩어버렸다 그런 당연한 일들이 벌어지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맨 처음 딸기를 수북하게 담은 날이 떠올랐다 누구의 집이었지 재미없는 삶이었지 아니 달콤한 말이었지 생경한 거실 한복판에서 멍이 든 손목을 내려다봤다 찬장에 이가 나간 그릇이... Tag:

한강 [검은 사슴]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0-28 19:24 )

그러나 그 똑같은 사진들을 수없이 찍었으면서도 나는 '이거다' 라고 할 만한 사진을 갖고 있지 못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밀려왔다가 밀려나가고 있었으며 내가 죽은 뒤에도 그 거대한 움직임을 계속할 바다를 바라보다보면, 마치 접신과 같은 지점을 만... Tag: 밑줄만

한여진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0-14 21:05 )

미래, 라고 가만히 발음하면 집 나간 엄마랑 고모랑 할머니가 떠오른다 경제는 앞으로도 좋아지지 않을 거라는 뉴스를 보며 다 먹었니? 삼촌은 졸린 눈을 비볐다 불어터진 면발만 남은 우동 그릇 앞에서 우리 조금만 쉬었다 가자고 말하지 않았지 그날 삼촌... Tag: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0-07 21:00 )

"말 좀 해 보시오. 친구, 무시무시하거나 비밀스럽거나 환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어째서 실제의 인생으로부터가 아니라 꼭 유령이나 저승 세계에서 소재를 취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으니까 무서운 거지.“ "아니 그렇다면 인생은 이해가 되시오?... Tag: 밑줄만

제이슨 르쿨락 [히든 픽처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9-30 20:14 )

그는 아침 일찍 어머니에게 부탁하겠다고 약속한다. 문제를 털어놓으니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고마워, 에이드리언,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정말 기뻐."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해. “불가능한 요소를 모두 제거하다 보면,... Tag: 밑줄만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9-16 21:15 )

이번에도 내가 쏜 화살을 찾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잃어버린 화살을 찾으려면 같은 방향으로 한번 더 활을 쏴야 한다고 할머니는 말했었다. 오래 고민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 짓이 맞나 틀리나 긴가민가할 땐 똑같은 짓을 한번 더 해봐." 흙더미... Tag: 밑줄만

배수아 [속삭임 우묵한 정원]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9-04 19:59 )

아무도 모르게 어떤 것이 종말을 맞는다. 예를 들자면 오래된 양말의 문양이라든지 특정한 인사말 같은 것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혹은 어떤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는 행위와 같은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는 관 습, 또는 능력이... Tag: 밑줄만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9-09 20:29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사방의 눈 얼어붙는 소리가 땅속 깊숙이 울릴 듯한 매서운 밤 풍경이었다. 달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많은 별은, 올려다보노라니 허무한 속도로 떨어져 ... Tag: 밑줄만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8-29 20:46 )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 넣고 그는 건장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 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 Tag:

천명관 [고래]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8-19 20:28 )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그것은 춘희와 같은 감방 안에 있던 한 여죄수의 말이었다. 얼굴이 온통 주근깨로 뒤덮여 있던 그녀는 청산가리가 든 음식을 먹여 자신의 두 딸과 남편을 독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 Tag: 밑줄만

벵하민 라바투트 [매니악]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8-07 21:00 )

”이제 우리 마음속 깊고 근본적인 곳에 정주하던 이성은 죄다 풀려나버렸어. 그게 고삐 잡은 우리를 술에 취한 노새처럼 아무렇게나 끌고 다닐까 두렵다네. 자네도 나처럼 이 광경을 보고 있겠네만 나는 거의 늘 혼자라고 느껴.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 Tag: 밑줄만

북클럽문학동네 2024 자선 시집 [잠든 사이 친구가 왔어]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07-29 20:00 )

나는 이따금 오래전 우리의 옛길을 찾아 걷습니다 그 길로 오가는 그때 그 얼굴들을 만나 이슬 묻은 두 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고 맞잡은 두 손을 흔들며 모두의 안부에 기뻐하며 눈물짓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멀리 갔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나는 발... 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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