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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폭설이었다 그 다음은]
( 코스모스도서관 | 23-02-13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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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잡화점에서 잿빛 콧수염을 샀다 검은 털에 비해 잘 어울릴 거라며 주인이 내게 내밀었다 원산지가 핀란드라는 것 물을 뿌려준 뒤 그늘진 곳에서 잘 말려야 윤기가 난다는 것 콧수염을 붙이고 콧수염에 대해 떠들고 콧수염에 대해 자랑하고 다녔다 특별해...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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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정 [귀신]
( 코스모스도서관 | 23-02-06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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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보라가 휜다 진눈깨비의 소슬한 반란 닫힌 창을 두드려 사랑의 열쇠를 비트는 한낮 삼천 리 길 떨어진 그대 집 앞에서 눈물 흘린다 눈송이의 엷은 결정들 속, 차가운 먼지로 떠도는 보석들을 꺼내려 발톱을 치켜세운다 눈물을 닦으려는 품새일 수도 있다...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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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오렌지 기하학]
( 코스모스도서관 | 23-02-07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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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썹이 떠오르지 않는다 너의 코와 손가락, 너와 거닐던 봄날의 골목들이 자꾸만 안개 속으로 흐려진다 내 손에 남은 너의 체온 내 귀에 남은 너의 숨소리 너의 웃음이 아카시아 꽃잎 되어 빛 속을 떠돈다 친구야, 지구만한 쇠공에 100만 년마다 파리...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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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태 [그 일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코스모스도서관 | 23-02-02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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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골고무나무 화분 아래서 딸아이 들고 온 책 한 권 편다 동물탐구 먹이활동편 세렝게티의 여름이 케냐로 질주하고 천 마리 누떼 강 저편에서 딸아이 무릎으로 옮겨 앉는다 헌옷 걸친 겁 많은 어미 누 한 마리 나의 무릎에 가는 눈알을 기댄다 이미 시든 것...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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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애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 코스모스도서관 | 23-02-03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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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든 거리 흑인의 노래가 들려온다 주술 같은 멜로디 내가 읽은 페이지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방구석에서 카페에서 몰두했던 감정들은 어느 구멍에 깃들어 살까 푸드트럭이 쏟아내는 음악에 오드리의 심야 이동도서관이 떠올랐다 맨 처음 집어든 책부...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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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 코스모스도서관 | 23-02-04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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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이라도 다시 들어가 잠들고 싶은 방이 있다 경포 바닷가 솔숲에 내가 고개를 동쪽으로 돌리면 미리 불어주는 바람 속에 풍전여관이 있다 신고 버렸던 평생의 신발들은 다 기억할 수가 없고 그때그때 신발들의 소리는 조금씩 다 달랐지만 언제나 잊을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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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반복]
( 코스모스도서관 | 23-02-05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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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은 조금 빈 잔이고 모서리가 있다. 모든 관념은 딱딱한 모서리를 가진다. 바람은 불었다. 언덕은 부드럽게 무너진다. 나는 언덕 아래로 내려가 언덕 위를 바라보는 하나의 뚜렷한 관념이었다. 관념은 두부 같고 관념은 두부를 찍어 먹는 간장 같아서 나는...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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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제 [다정]
( 코스모스도서관 | 23-02-01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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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왕저수지 너울지는 물결을 바라보다 반짝이며 사라지는 햇볕의 시린 살을 한참 더듬다 눈물겹다, 라고 중얼거린다 그날, 거친 바람들이 잠을 흔들다 사라진 아침 소식이 끊겼던 친구의 부음을 듣는다 그 아득이 내게 전해지기까지 밤새 거리의 사물들은 이...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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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빈 [밤의 팔레트]
( 코스모스도서관 | 23-01-29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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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은 미래가 달아나는 소리에 왼쪽 눈만 뜨고 세수를 했다 돌멩이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나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파랗게 진열되어 있는 언니와 형 들 하루 종일, 어디가 간지러운 줄도 모르고 이 등 저 등을 두드려보았다 문 밖에 버려진 발톱처럼 긁고...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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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택 [감에 관한 사담들]
( 코스모스도서관 | 23-01-31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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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삼류 쪽으로 에돌아야 인생이 신파스러워 신신파스처럼 욱신욱신 열이 난다 순정을 척 떼어내자 소나기가 내리고 일제히 귓속의 맨홀로 고백이 휘감겨 들어간다 청춘에서 청춘까지 비릿한 것이 많아서 비밀의 수위에는 밤들이 넘치고 편지들이 떠다닌다 뜨...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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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설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 코스모스도서관 | 23-01-26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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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누군가 거리에 불을 피웠고 연기는 줄지었으나 걷고 있는, 걸으면서 떠나는 나를 합창하듯 노래해주었다 나는 걸었고 걸으면서 오직 우리가 그리워 울었다 나는 왜 안다고 할 수는 없는 것들을 따라왔는지 내게서 멀어지는 식은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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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형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
( 코스모스도서관 | 23-01-27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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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뒤의 세계를 알아요. 뒤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너머의 감정을 알아요. 폭설입니다. 눈을 뭉쳐요. 하얀 얼굴이 되어요. 긴 잠으로 가는 사람의 표정이 담깁니다. 입도 눈도 닫혔는데 어디로 들어온 것일까. 바람 냄새를 맡아보기...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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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아메바]
( 코스모스도서관 | 23-01-28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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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대한 증발접시 안에서 속이 타는 물방울 같은 존재들인지 모른다 우리가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날 때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노을이 되어 다시 만날 때 서로의 붉은 뺨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일까 지, 수, 화, 풍, 공, 우리는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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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구 [배가 산으로 간다]
( 코스모스도서관 | 23-01-25 2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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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강가에 배 두 척이 나란히 놓여 있다 저것은 망자가 벗어놓은 신이다 저 신을 신고 걸어가서 수심을 내비치지 않는 강의 수면을 두드린다 거기엔 사공도 없이 홀로 산으로 간 배들을 모아서 깨끗이 닦아 내어주는 구두닦이가 계신가 산중턱에 앉아서 아...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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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나이트 사커]
( 코스모스도서관 | 23-01-20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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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나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수십 년만의 폭설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던 날, 선로 위에 서 있던 너를 처음 보았다. 내가 기다리던 것이 기차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리던 눈이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너는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나는...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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