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민규 [카스테라]
( 코스모스도서관 | 25-08-21 19:56 )
|
|
놀랍게도 그 속은 텅 비어 있었고 오직 냉장실의 정중앙에 희고 깨끗한 접시 하나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접시 위에 한 조각의 카스테라가 있었다 마치 하나의 세계를 다루듯 나는 조심스레 카스테라를 집어올렸다 놀랍게도 따뜻한, 반듯하고 보드라... Tag: 밑줄만
|
|
고명재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코스모스도서관 | 25-08-11 20:00 )
|
|
대체로 스님들은 기약하거나, 함부로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스님들은 말없이 사랑하고 말없이 죽는다. 불가에서 사랑은 그렇게 기척 없다. 쑥을 캐거나 좌복을 펼치듯 단정하게,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듯이. 사랑을 사랑 자체로 발휘하는 것. 그리고 그들은 ... Tag: 밑줄만
|
|
스펜서 존슨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코스모스도서관 | 25-07-28 19:30 )
|
|
매일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았던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웬일이야. 치즈가 사라졌어." 헴이 고함쳤다. "치즈가 없다구, 치즈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허망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 ... Tag: 밑줄만
|
|
비타 색빌웨스트 [모든 열정이 다하고]
( 코스모스도서관 | 25-07-21 20:06 )
|
|
레이디 슬레인은 늦은 후회를 품었다. 헨리와 나눴으면 좋았을 이야기가 많았다. 지나치게 내밀하지 않은, 문제 될 것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거의 칠십 년 동안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었던 희귀한 기회, 잠재적인 특권은 이제 사라진 채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Tag: 밑줄만
|
|
장은진 [날짜 없음]
( 코스모스도서관 | 25-07-08 20:54 )
|
|
그게 온다고 한다. 그 현상을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은 누구고, 그 말을 최초에 한 사람은 누구며, 제일 먼저 퍼뜨린 사람은 또 누굴까. 나는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무수한 시작들과 시작들의 시작에 대해서. 그리고 그 시작들의 종말에 대해서도. "근데........ Tag: 밑줄만
|
|
이유리 [브로콜리 펀치]
( 코스모스도서관 | 25-06-30 19:00 )
|
|
등산로 초입이라 그런지 풍경은 아직 숲이라기보다는 큰 공원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잘 닦인 길에서는 마른 먼지가 날렸다. 나와 원준은 손을 잡고 길 한가운데로만 걸었다. 걸으면서, 나는 어제 원준이 한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물론 살... Tag: 밑줄만
|
|
한강 [빛과 실]
( 코스모스도서관 | 25-05-21 20:00 )
|
|
그후 십사 년이 흘러 처음으로 시를, 그 이듬해에 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 오 년이 더 흐른 뒤에는 약 삼 년에 걸쳐 완성한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시를 쓰는 일도, 단편소설을 쓰는 일도 좋아했지만ㅡ지금도 좋아한다ㅡ장... Tag: 밑줄만
|
|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 코스모스도서관 | 25-05-07 19:44 )
|
|
루가툼이 등 뒤에서 말했다.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군. 높은 데 오니 자네 기분은 어떤가?" "아무 느낌도 없어." 그러나 힐라룸은 난니를 흘낏 보았고, 두 사람 모두 같은 기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바닥에 땀이 나지 않아?" 난니가 속삭였다... Tag: 밑줄만
|
|
제임스 M. 케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코스모스도서관 | 25-04-11 18:17 )
|
|
코라가 말을 멈췄다. 우리는 거기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차 안에 있는 우리 세 사람,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았다. 우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졌고, 마침내 서로의 몸이 닿았다. "오, 맙소사, 프랭크, 그것 말고 우리에게 다른 방법은 없어?" ... Tag: 밑줄만
|
|
유종인 [그대를 바라는 일이 언덕이 되었다]
( 코스모스도서관 | 25-04-01 20:00 )
|
|
수수억 년 전에도 이런 초록의 매트가 번져 있었지 초록 보로 위에 붓다는 처음 번뇌의 시동을 걸었고, 장차 멸종을 앞둔 짐승들 흘레붙는 그림자를 이끼밭에 드리웠지 빙하기를 견디다못해 무성생식을 시작했지 훤칠한 일이야 나는 춘란의 말라가는 뿌리를 ... Tag: 시
|
|
이동욱 [우리의 파안]
( 코스모스도서관 | 25-03-24 21:00 )
|
|
기린의 눈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무럭무럭 자랐다 슬픔이 되기 위해 종일 먹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무섭다 아무 일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두렵다 다 마신 맥주 캔을 한 손으로 찌그러트렸다 그것은 손안의 모양대로 찌그러졌다 캔 안의 ... Tag: 시
|
|
김이듬 [투명한 것과 없는 것]
( 코스모스도서관 | 25-03-16 19:04 )
|
|
미국 국적 친구를 기다린다 심야 공항 터미널은 지나치게 환하다 그녀에게 이 도시를 어떻게 소개할까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파무크처럼 고백할 수 있을까 맞은편 의자에 앉아 통화하... Tag: 시
|
|
진수미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 코스모스도서관 | 25-03-11 19:30 )
|
|
도심이 좋아요. 보도블록과 낯선 이들을 사랑합니다. 어깨를 치고 툭 지나가도 만난 적 없는 궤도들처럼 강을 건너 여기, 남쪽. 춤추기 좋은 조명과 음악에서 여자가 빠져나온다. 손에 묻은 물기를 털며 돌아서는 순간, 금속, 날카로운 끝이 아랫배를 뚫고 ... Tag: 시
|
|
조수용 [일의 감각]
( 코스모스도서관 | 25-03-03 19:05 )
|
|
일반적으로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서비스를 만들 때 자연스레 이 일에 이미 익숙해진 자신을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특정할 수 없는 다수가 쓰는 서비스인만큼, 관여도가 거의 없는 사용자의 눈으로 서비스를 바라봐야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Tag: ETC
|
|
유수연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 코스모스도서관 | 25-02-27 20:33 )
|
|
외로움은 혼자 하기도 하고 둘이 각자의 외로움으로 슬퍼하기도 한다 설득하려 할수록 비참해진다 바닥까지 내려가보면 자신의 바닥을 알게 되면 발돋움해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다 바닥을 알고, 내 한계를 알고 그곳을 박차고 나왔더니 다른 바닥이 있다 산다는... Tag: 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