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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김영미 [맑고 높은 나의 이마]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21 21:00 )

풍등을 띄웠어. 해변을 향해 줄지어 날아가는 달. 숯불 위에 선 열빙어가 타들어갔어. 해는 오래전에 졌는데 우리는 다시 지기 위해 얼굴이 붉어졌어. 너는 무슨 소원을 적었니. 저렇게 멀리로 날아가 결국에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 소원일 텐데. 열빙어 몸을... Tag:

212. 정끝별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23 21:00 )

사랑을 할 때 나는 뜯지 않았다 꿈에도 석류알처럼 군침을 머금었으니 사랑에 기다릴게 언약은 마른침처럼 얇아져 다물 때마다 가물어지는 오뉴월의 고백과 터지자마자 갈라지는 자정의 췌사 그러나 손가락은 망설임의 말꼬리에 골몰했다 손가락의 골몰은 피를... Tag:

213. 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24 21:00 )

어머니 당신은 언제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십니까 당신의 그리움은 언제 배추 이랑에 때까치처럼 내려앉습니까 젊었을 적 눈썹 그릴 때만 보던 손거울을 어디에 숨겨두셨습니까 감꽃이 소낙비처럼 떨어지는 날엔 당신은 친정집 툇마루에 처녀로 앉아 있는 꿈... Tag:

214. 원성은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9 21:00 )

납작한 반죽처럼 누워서 기다리고 싶었을 뿐인데 어떡하지 네 얼굴이 생각이 안 나 무서운 것은 종이나 스크린을 당장이라도 찢고 나올 것처럼 입체적인 것들 터널의 끝에서 만나요 그렇게 말한 후 헤어진 사람 터널의 안에서는 무거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 Tag:

215. 천수호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6 21:00 )

당신이 사랑이라는 말을 처음 시작할 때 발에 걸리는 줄넘기 같은 저 산은 파도를 밑변으로 받치고 있었다 당신이 손을 뻗어 저 산의 뒤쪽을 얘기할 때 나는 몸속 파도가 퍼붓던 애초의 격정과 나지막한 봉분의 속삭임을 뒤섞고 있었다 당신은 그렇게 왔고 또 ... Tag:

216. 임승유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3 21:00 )

각설탕을 깨물어 먹고 싶었던 적이 있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읽었던 여자들의 가슴과 사내들의 아랫도리 이건 가학적인 포즈로 읽히기 십상이지 당신에겐 슬리퍼가 필요해요 릴랙스 릴랙스 어제 잡은 물고기, 라테, 빨간색이 사라진 귀여운 당신의 팬티 눈... Tag:

217. 이현승 [대답이고 부탁인 말]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4 21:00 )

가장 뼈아픈 후회는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것 이 년 전에 혹은 사 년 전에 혹은 그보다도 더 전에 그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샀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지 그게 후회의 내용이 될 수 있을까? 혹자는 말하지. 할 수 있었지만 안 한 것, 그... Tag:

218. 장혜령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5 21:00 )

오래 생각했다 겨울에도 철 지난 얇은 옷을 고집하는 가난하고 또 우아한, 어떤 취향에 관해 그들이 오래된 만큼 내 생각도 오래도록 이어졌고 빌려온 책을 읽을 때마다 누군가 몸속에서 잠깐 불을 켰다 여긴 누구였을까 물결처럼 밀려왔다, 우리는 각자의 방... Tag:

219. 박시하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0 21:00 )

깊고 둥근 침묵 아래 영혼만으로 울 수 있던 한때였다 종종 다른 영혼과 어깨동무를 했다 별이 그늘을 비추는 것처럼 우린 당연하고 미약했다 벤치에 앉아 잠들거나 나비를 따라 날고 꽃의 심장에 들락거렸다 죽어서도 살았지만 서로를 기억하지는 않았다 묘지... Tag:

220. 하재연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1 21:00 )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은 너를 거기 집어넣는 것 네 눈동자에 비치는 내 눈물이 거울을 따라 흘러내리겠지 속눈썹이 한 가닥씩 굳어가겠지 너를 눕히고 그 곁에 누우면 음악은 흘러나오고 간주는 끝나지를 않는다 내 목소리가 창밖에서 너를 부르네 오랜... Tag:

221. 신용목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12 21:00 )

지금 여기서 사라지는 것이 있다 물 끓는 소리에서 피어나는 물방울처럼 창문 너머 공터에는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책장으로 가 시집을 펼치고 ‘라일락’ 이라는 글자 속에서 라일락 향기를 찾는다 지금 사라지는 것이 있다 텔레비전을 켜면 사랑해요, ... Tag:

222. 정재학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09 21:00 )

유치원에서 분양받은 백와 달팽이. 처음에는 흙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아 밖으로 나갔나? 죽었나? 싶었던 작은 애기가 내 손바닥 절반만큼 컸다. 달팽이의 이름은 아들이 잠자리라고 지었다. 다섯 살 아이와 매일매일 잠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관찰한다. 아이가... Tag:

223. 유용주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겨]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06 21:00 )

딸아이는 변두리에 산다 아이는 광고를 전공했는데 (인 서울 할 때 얼마나 박수를 쳤나) 그동안 수십차례 알바를 돌았다 별명이 북한 어린이인 아이는 손목 힘이 없어서 삼겹살집이나 곱돌 비빔밥 식당에는 취직할 수 없다 커피 전문점 비싼 주전자를 깨 보름... Tag:

224. 장철문 [비유의 바깥]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07 21:00 )

사랑이여, 지금은 꽃이 미어져나오는 때 너와 나의 것이 막무가내로 삐져나오는구나 네 가슴이 소란으로 터지고 내가 겨울 건너온 가지처럼 피폐할 때 내가 믿지 않은 것이 비집고 나와서 잊힌 지뢰처럼 터진다 이 폭발을 위하여 너와 내가 걸레쪽처럼 지들... Tag:

225. 정철훈 [빛나는 단도]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1-08 21:00 )

노모와 통화하다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전화를 끊은 후라든지 아내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청 하며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때라든지 시선이 내 등뒤의 차창 너머 하늘에 꽂혀 있는 그런 지점에서는 초겨울 한적한 골목길을 걷다 내뿜는 하얀 입김 냄새가 ... 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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