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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진수미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3-01 21:00 )

낭떠러지에는 비명이 살고 비명을 삼키려고 그들은 벌린 입아귀에 주먹 대신 나무 둥치를 쑤셔넣는다 비명을 받아먹으며 낭떠러지에서 사육되는 나무들의 유일한 취미는 추락하는 자의 옷자락을 거머쥐는 것이다. 놓아줄까 말까 그들이 낄낄대는 동안 절벽의 여... Tag:

182. 안도현 [북항]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26 21:00 )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한자로 적어본다, 북항北... Tag:

183. 정끝별 [은는이가]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23 21:00 )

쓸 말은 많으나 다 쓰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편지 말미에 덧붙이는 다 오르지 못한 계단이라 하였습니다 꿈에 돋는 소름 같고 입에 돋는 혓바늘 같고 물낯에 돋는 눈빛같이 미처 다스리지 못한 파분이라 하였습니다 나비의 두 날개를 하나로 접는 일이라 하였습... Tag:

184. 고형렬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24 21:00 )

세상이 무서운 것을 알아낸 얼굴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송사와 풍파를 겪을까 파산하고 이별하고 구속당하는 저 24각의 건물은 위험천만의 예외 모든 시비를 가린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그러나 서초동은 너의 초명 같구나, 어머니가 판자촌 작명집에서 지은... Tag:

185. 김개미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25 21:00 )

아무도 없어 마당은 바윗덩이 같은 그늘과 면도날 같은 햇볕의 소유 우린 들러리 영원히 신부가 되지 못하지 시계는 깨졌어 둥근 유리에 박힌 아카시아 가시 같은 실금도 새싹 같은 바늘도 결국 허깨비 시계 따윌 누가 봐? 무서운 건 쥐 쥐는 안 망해 할미꽃... Tag:

186. 채호기 [밤의 공중전화]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19 21:00 )

철로가 있다. 아득히 사라져가는 철로의 숨막힘이, 철로를 지피는 뙤약볕의 긴장이 있다. 레일이 비어 있어 한낮 햇빛의 혓바닥이 두 가닥 철뼈를 핥아 녹여버렸으면....하지만 철로엔 항상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바퀴가 있다. 너의 몸은 여전히 철로 건너편... Tag:

187. 조해주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20 21:00 )

어제까지 안 보이던 얼굴이 오늘은 선명하게 보인다 거울 앞에서 청바지 지퍼를 반쯤 올리다 멈춘다 나는 다양한 크기의 청바지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언제와 다른 것을 골라야 할 것 같고 입김을 분다 생각보다 천천히 사라진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와는 다... Tag:

188. 함명춘 [무명시인]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21 21:00 )

아무도 오지 않는 산골, 뼛속까지 사무쳐오는 눈보라와 비바람이 나를 세웠느니라 단 한순간도 지워진 적 없는 철삿줄 같은 그리움이 나를 만들었느니라 아무리 네가 말하지 않아도 화려한 옷과 과장된 웃음 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너의 아픔 보았느니라 아무리... Tag:

189. 주원익 [있음으로]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22 21:00 )

우리는 끝내 온전한 꿈이 되지 못한다 빛 속에서 말이 걸어나온다 우리는 그저 빛이라고 묵묵히 발음한다 잿빛 구름의 행렬 우리는 말없이 뒤따르고 오직 괴로움만이 우리를 꿈꾸게 한다 우리는 사랑하고 온순한 짐승처럼 두려워한다 재빠르게 우리는 움직인다... Tag:

190. 이영주 [차가운 사탕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18 21:00 )

동굴 안에 주저앉아 물처럼 번져가고 있다 돌이 자라난다 마음이 추락하는 동안 공기를 닦고 있는 검은 손 아무리 문질러도 이곳은 밝아지지 않는다 한밤 밤의 한가운데 떠나간 사람은 떠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흰 돌 아무리 닦아도 너의 눈 속이 보이질 않... Tag:

191. 황인숙 [리스본行 야간열차]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15 21:00 )

조금쯤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을 듯한 먼 하늘에 태양이 벗어놓은 허물 둥실 떠 있다 조금쯤 바람 빠진 듯 맥없이 부푼 주홍빛 풍선 맥놀이 퍼지는 하늘 “그래, 이대로 이렇게 사는 거지, 뭐!” 버럭 중얼거리며 어리둥절하다 뭘? 몰라, 가슴 쓰리다. 눈을... Tag:

192. 황동규 [연옥의 봄]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17 21:00 )

원한다고 될 일은 아니겠지만 사방에 녹음 넘칠 때 가고 싶다. 초여름 농사철 막 끝난 후 조금 한가해진 신작로를 걷다 가고 싶다. 녹음이 자연의 본색 이라서가 아니다. 겨울밤, 낮에 물고기 잡은 얼음 구멍에서 크고 작은 두 별이 도란대며 나란히 헤엄치... Tag:

193. 박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14 21:00 )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툭툭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 Tag:

194. 윤진화 [우리의 야생 소녀]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10 21:00 )

널 생각하면 버려진 항구 쓸쓸하게 회 뜨는 젊은 여자의 손 반쯤 감긴 눈, 잘려나간 지느러미 살점 없는 여자는 맛없어. 널 버린 사내의 저주받은 입맛 저기 바다 아니, 여기서는 숨 쉬기 편한 곳 아기 주머니 같은 태양이 바닷속으로 떨어진 그 끝 안으로 ... Tag:

195. 임선기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3-02-12 21:00 )

떠납니다 後日 당신은 읽을 겁니다 나도 편지를 읽었지요 가시처럼 글썽이는 이별이었을까요 梨花 나무가 피었다지만 여기는 왜 이리 붉은 동백인가요 동백이 날개를 다는 시간 돌아오며 떠나는 길에 서 있습니다 기운 폐선 한 척 白雪 처럼 하얗고 이 意味 많... 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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