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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조율 [우산은 오는데 비는 없고]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4 2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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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공동묘지 어떤 무덤이나, 오단 서랍장 세 번째 수납 칸 되어, 혹은 비켜간 채널 되어 이제껏 비가 왔던 모든 날들을 수납한다 욱여넣을 문갑 한 칸 찾을 수 없다 당분간 엄마가 아침 드라마를 괜히 끊는다 햇볕 찾아오는 어느 날 가사까지 지어올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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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배수아 [뱀과 물]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5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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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언니야.” 그것은 마치, 내가 소녀를 영원히 따라가야 한다는 약속이 말해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소녀의 낡고 검은 광목 원피스. 얼룩이 묻은 더러운 팔다리, 옆구리가 찢어진 검은 고무신, 허벅지의 상처, 무엇보다도 소녀의 엄청나게 커다란 뻐...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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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안태운 [산책하는 사람에게]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2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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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정서, 걷다가 나는 순간순간 무춤하면서도 왠지 이제는 뒤돌아봐야 한다고 느꼈고 그렇게 돌아보니 과연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멀쩡한 풍경 속에 있었는데도 이국 정서, 그것에 휩싸인 듯해서 다시 돌아봤죠. 무언가 훅 끼쳐왔으므로 어떤 냄새 속...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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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윤병무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9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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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이미 사라진 태양계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아득한 별이 수명을 다하기 일만 년 전 이만 광년을 내달려와 우리에게 별빛으로 존재하듯 우리는 한때 지구라는 행성에서 밤하늘을 노래할 줄 알았던 직립보행 생물이었는지 모르겠어 공간이 시간을...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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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이제니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0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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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꽃다발처럼 엮어 걸어가는 사람을 보았다. 땅만 보고 걷는 사람입니다. 왜 그늘로 그늘로만 다니느냐고 묻지 않았다. 꽃이 가득한 정원 한편 에서 울고 있는 사람. 누군가의 성마른 말이 너를 슬프게 하는구나. 누군가의 섣부른 생각이 너를 슬프게 하...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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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임솔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1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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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꽃무늬 원피스가 잡혔다. 어떻게 이런 걸 입고 다녔을까 의아해하다 의아한 옷들을 꺼내 입어보았다. 죽어버리겠다며 식칼을 찾아 들었는데 내 손에 주걱이 잡혀 있던 것처럼 그 주걱으로 밥을 퍼먹던 것처럼 밥 먹었냐, 엄마의 안부 전화를 끊고 나...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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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김선태 [그늘의 깊이]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6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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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집 뒤란에 핀 찔레꽃처럼 보면 하냥 마음이 외지고 막막해지는 계집아이가 우리 반에 있었는데 마주치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갤 숙이며 지레 먼 논둑길을 도망치다 자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지곤 했는데 그런 날은 아니 그다음 날은 무슨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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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김민정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7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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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하러 학교 갔다 온 엄마가 다 좋은데 좀 산만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나에 대한 지적에 63빌딩이라도 무너진 양 호들갑을 떨 때 나는 오만한 어투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 “서둘러서 서툰 거야 서툴러서 서두른 게 아니고.” 생각이 너무 많으면 전혀 안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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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김근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8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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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간이죠. 이름을 기억하나요, 그대? 아무도 얘기를 안했는지도 모르고,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나는 나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내가 여름날 아침 나팔꽃처럼 시들 때 그대는 벼랑 끝에 걸린 아름다운, 더러운 노을이 되시겠다구요? 첫...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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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정영효 [계속 열리는 믿음]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5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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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려고 기분과 눈빛을 함께 이야기하려고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태어났으면 좋을 사람과 사귀면 건강해지고 가지 못하는 나라의 소식을 듣는 게 오히려 경험적이다 오 분을 먼저 걱정할 때마다 오 분간만 해야 하는 생각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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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정채원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2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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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걸 보려고, 가뭇없이 사라지는 걸 말하려고, 도망치듯 여기까지 왔다 시를 통해 눈 하나 더 찾게 될까 그럴 수 있다면 아프고도 황홀한 계단을 끝없이 굴러떨어져도 좋겠다 2019년 8월 정채원 그게 무슨 주사요? 몇 CC요? 전직 약사였다는 구...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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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홍일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3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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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동쪽 하늘에 내 모가지를 걸어두겠다 박수 치며 날아오너라 까마귀 까마귀떼 가짜였던 눈동자 가짜였던 팔다리 다 흩어지는 동안 생은 푸른 잎사귀로 돋아나 한때 내 안을 설렜으나 간 곳 없는 휘파람 소리 네가 가고 내가 가고 먼지 자욱한 들판으로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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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김정환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
( 코스모스도서관 | 23-03-04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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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설움을 해소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듯이 섬이 제 몸을 안개로 두른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섬이 무인도인지 아닌지 여부가 곧 속수무책이고 호들갑이다. 왜냐면 안개 속에서 섬이 홀로 된 것 너머 홀로인 것 너머 자신이 ...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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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채호기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 코스모스도서관 | 23-02-27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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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고백 한 적 있었지, 늘그막에, 앳된 한 소녀에게, 제자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요즘 미디어에서 시끌벅적한 늙고 추한 욕망들, 앳된,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를, 선생 이라는 힘으로 불어제끼는, 마구 흐트러지는 수풀과 그 가련한 침묵 아래 아무렇게...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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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양안다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 코스모스도서관 | 23-02-28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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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문제를 끝낼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혼절한 단어를 너무 많이 받아 적었잖아. 우리는 해롭고 틀린 방식으로 기절합니다.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 등불이 밤새도록 헤엄치고. 목구멍은 가끔 악기가 되어서. 슬픔에 잠긴 돌....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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