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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구병모 [파과]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9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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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 안 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한다는 핑계도 대지 않아. 개개인의 정의 실현이라면 그거야말로 웃다 숨넘어갈 소리지. 하지만 말이다. 쥐나 벌레를 잡아주는 대가로 모은 돈을, 나중에 내가 쥐나 벌레만도 못하게...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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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편혜영 [홀]
( 코스모스도서관 | 23-03-30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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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온 날 오기와 아내는 집 안팎의 불을 모두 켜두었다. 집에는 불을 밝힐 전등이 많았다. 모든 방의 불을 켜고 현관의 센서등도 계속 작동되도록 해두었다. 정원에는 불을 밝힐 수 있는 크고 작은 전구가 총 열네 개 있었는데, 그것들도 모두 켜두었다....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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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W.G. 제발트 [토성의 고리]
( 코스모스도서관 | 23-03-31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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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것이 이상하게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아마도 파묻힌 기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꿈속에서 다른 무언가를, 흐릿하고 뿌연 어떤 것을 통과하면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훨씬 더 명료하게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은 ...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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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김사과 [설탕의 맛]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8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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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 모험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나만의 이 무의미한 모험을 지속하고 싶었다. 세면대 타월의 목록을 끝도 없이 늘려가고만 싶었다. 내 나라,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다. 그 나라가 통째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고 ...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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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조해진 [여름을 지나가다]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3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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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이 햇빛이 일렁이는 한낮이라면, 빛의 기울기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장롱이나 서랍장, 혹은 침대 속으로 스며들 무지개를 볼 수 있을 터였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무지개를 눈으로 좇다 보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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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조해진 [환한 숨]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4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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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야 응? 난 정확하게 죽고 싶어. 그래?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알아? 죽었는데, 죽었다는 걸 알고 느낄 수 있는 거야. 죽었다는 걸 아는 상태는 영원할 거잖아, 죽음처럼, 안 그래? 죽었다는 걸 모르려면 천국도 없어야겠네? 말해봐, 그럼 뭐 하러 기도는 매일...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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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정보라 [저주 토끼]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5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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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할아버지는 저주의 토끼를 만들었다. “좋은 술 만들어 팔겠다는 건 죄가 아닌데, 힘 있는 사람들하고 연줄이 닿지도 않고, 그런 연줄을 만들어 줄 돈도 없고,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 한 가정이 완전히 박살 난 거야.” 할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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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박솔뫼 [우리의 사람들]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6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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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역이라도 맡으면 괜찮지만 어떤 역도 맡지 않고 연출만 할 때는 어쩐지 예민하고 평소와 다른 상태라고, 극본을 쓰는 것은 마지막까지 미루고 싶어하기도 했는데 어느해인가 어쩌면 여러해 동안 그랬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 쓰는 것에 대한 압박이 너무...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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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페터 한트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6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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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직원은 자신이 어떤 물건, 예를 들어 세탁기 같은 물건을 보면 즉시 가격부터 묻는다고 했다. 그가 물건을, 예를 들어 같은 종류의 세탁기를 다시 보게 되면 그는 특징 같은 것을 다시 보는 게 아니라, 다시 말해 세탁 프로그램 버튼을 눌러 보는게 아...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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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김수온 [한 폭의 빛]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7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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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네 위에서 한동안 너는 침묵했다. 살짝 몸을 뒤로 기울인 채 한껏 굳은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할 뿐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에 뭔가 있기라도 한 듯 좀처럼 눈을 떼지 않았다. 네가 바라보는 풍경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일전에 내...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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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페터 한트케 [관객모독]
( 코스모스도서관 | 23-03-22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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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서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좌석을 이용합니다. 여러분은 앉아 있습니다. 여러분의 좌석은 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도 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입석은 없습니다. 예술을 감상하는 건 서 있는 사람보다는 앉아 있는 사람에게 더 ...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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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김애란 [달려라, 아비]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9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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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는 의연하게 아버지를 기다렸다. 허공에서 미아찾기 방송이 들릴 때면 ‘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구!’ 라고 고개 젓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나는 아버지를 믿었다. 아버지는 계속 오지 않았고 나는 조금씩 초조해졌다. 공원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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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김애란 [비행운]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7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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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나이엔 의당 그래야 하는 듯 알 수 없는 우울에 싸여 있었고, 내 우울이 마음에 들었으며, 심지어는 누군가 그걸 알아차려주길 바랐다. 환영식 날, 잔디밭에 모인 무리에서 슬쩍 빠져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가 거기 없다는 걸 통해, 내가 거...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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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황정은 [일기]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8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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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는 불운하고 서글픈 데다가 늘 누군가를 향한 격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은 사람 들이기도 했고 나는 성장기 내내,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한동안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부모 중 누군가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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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최승자 [즐거운 일기]
( 코스모스도서관 | 23-03-13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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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흘러갔다. 욕망과 욕망의 찌꺼기인 슬픔을 등에 얹고 그들은 나의 창가를 스쳐 흘러갔다. 나는 흘러가지 않았다. 나는 흘러가지 않았다. 열망과 허망을 버무려 나는 하루를 생산했고 일 년을 생산했고 죽음의 월부금을 꼬박꼬박 지불했다. 그래... 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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