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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우리의 파안]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3-24 21:00 )

기린의 눈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무럭무럭 자랐다 슬픔이 되기 위해 종일 먹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무섭다 아무 일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두렵다 다 마신 맥주 캔을 한 손으로 찌그러트렸다 그것은 손안의 모양대로 찌그러졌다 캔 안의 ... Tag:

김이듬 [투명한 것과 없는 것]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3-16 19:04 )

미국 국적 친구를 기다린다 심야 공항 터미널은 지나치게 환하다 그녀에게 이 도시를 어떻게 소개할까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파무크처럼 고백할 수 있을까 맞은편 의자에 앉아 통화하... Tag:

진수미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3-11 19:30 )

도심이 좋아요. 보도블록과 낯선 이들을 사랑합니다. 어깨를 치고 툭 지나가도 만난 적 없는 궤도들처럼 강을 건너 여기, 남쪽. 춤추기 좋은 조명과 음악에서 여자가 빠져나온다. 손에 묻은 물기를 털며 돌아서는 순간, 금속, 날카로운 끝이 아랫배를 뚫고 ... Tag:

조수용 [일의 감각]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3-03 19:05 )

일반적으로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서비스를 만들 때 자연스레 이 일에 이미 익숙해진 자신을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특정할 수 없는 다수가 쓰는 서비스인만큼, 관여도가 거의 없는 사용자의 눈으로 서비스를 바라봐야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Tag: ETC

유수연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2-27 20:33 )

외로움은 혼자 하기도 하고 둘이 각자의 외로움으로 슬퍼하기도 한다 설득하려 할수록 비참해진다 바닥까지 내려가보면 자신의 바닥을 알게 되면 발돋움해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다 바닥을 알고, 내 한계를 알고 그곳을 박차고 나왔더니 다른 바닥이 있다 산다는... Tag:

오병량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2-23 18:55 )

여기, 무릎을 안고 모로 누운 여러 날을 알았으나 모르는 여자 돌멩이의 깨진 얼굴은 영원히 뒹구는 중이어서 처음 있는 헤어짐이 아닌데도 단 한 번의 헤어짐처럼 병원에 가지 마요 나와 같이 아파요 우물을 매단 그물이구나, 거미의 입으로 짓는 것은 고인... Tag:

김사과 [하이라이프]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2-16 19:50 )

그리고 그 도시 속의 인간들은, 그들의 살과 뼈는 죄다 녹아버렸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뻣뻣한 낯짝, 송곳으로 난도질해도 피 한방울 나지 않을 두껍고 무던 낯짝뿐. 오직 아이폰 셀카를 위해 존재하는, 신기한 표면으로 이루어진 생명체. 그것을 여전히 인... Tag: 밑줄만

손미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2-11 18:54 )

냉장고에 나를 붙여놓고 지켜봅니다 거긴 어때? 이토록 많은 얼굴 이토록 많은 당부 거긴 어때? 전선 위에 앉은 새들 점점점점점점점점점점 알알이 하루씩 사는 거라면? 하루는 죽고 싶다가 하루는 살 만하다가 매일 알알이 살고 있어 기차엔 머리가 빽빽하게... Tag:

정한아 [달의 바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1-26 20:25 )

일주일간의 궤도비행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저는 깨달았죠. 아무리 오랫동안 이 일을 하더라도 결코 질리거나 싫증이 날 리는 없을 거라는 걸요.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땐 섭섭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상공에서 낙하산이 펴졌을 때도 안도감이... Tag: 밑줄만

황여정 [알제리의 유령들]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1-17 19:16 )

징과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을 상상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서점에서 카페에서 길에서, 무심코 발길이나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 징이 있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지, 무엇을 하게 될지, 어디로 가게 될지, 그다음은 잘 그려지지가 않아서 언제나 마주치는 ... Tag: 밑줄만

권민경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1-21 20:35 )

우리에게 꽉 막힌 결말이 있기는 할까요 저는 가끔 행방불명이 되고 싶습니다 짧게 써야겠지요 선생님 영원히 살아 있는 채로 있고만 싶어요 하지만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떠올리고 다정과 다정에 따른 가능성 같은 것을 생각합니다 저는 죽어도 선생이 되지... Tag:

백은선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1-13 19:54 )

너는 자꾸 귤! 귤! 소리치며 집안을 뛰어다닌다 귤 없어 귤 없어 나는 대답하는데 한밤중에 귤 눈 내리는 밤 오래 걸어 편의점에 다녀왔다 잠 잠 속의 일이었다 이불이 축축해지고 머리가 덤불이 되어 눈뜰 때 날아가는 새 어느 날은 목욕을 하며 종말이 ... Tag:

강희영 [최단경로]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5-01-02 19:48 )

마약에 취해 노래를 만든 가수들은 마약에 취해 만든 노래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리듬과 멜로디와 비트가 있다고. 혜서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기일이면 그날 방송 내내 그녀의 노래만 트는 한 선배가 언젠가 그런 말을 했던... Tag: 밑줄만

안희연 [당근밭 걷기]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2-27 20:14 )

돌을 태운다 사실은 돌 모양의 초 누가 나를 녹였지? 누가 나의 흐르는 모양을 관찰하고 있지? 돌이 나의 질문을 대신해주기를 기대했는데 돌은 자신이 초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무고하게 빛난다 돌이 녹는 모양을 본다 돌 아래 흰 종이를 받쳐두어서 흐... Tag:

조해진 [천사들의 도시] ( 코스모스도서관 List | 24-12-05 20:13 )

저녁 7시쯤, 우리를 비추던 태양이 한발 물러서 천천히 지구 반대편으로 공간 이동을 할 때면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린다고 너는 말하곤 했다.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 독일계와 스칸디나비아계의 혈통을 이어받은 푸른 눈의 사람들은 저녁 7시,... Tag: 밑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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